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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의 악화와 북핵 문제의 새로운 전개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누구에게나 2020년은 코로나-19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정치 분야에서 2020년은 미·중 관계 악화의 분기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2020년 미·중 관계의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두 나라의 무역전쟁이 한창 피크였던 2019년 8월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였으나 10월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어 1단계 합의안이 발표되었고 2020년 1월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해제하였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갈등이 봉합되고 무역이 정상화되려던 시점에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이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전염병으로 번진 곳은 중국의 우한이었는데 이때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진하였으며 사실을 은폐하였고 적극적으로 조처해야 한다는 자국 의료진의 호소도 무시했다는 정황이 제기되었다. 이에 더하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우한의 실험실에서 코로나가 발원되었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코로나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크게 확산되었다. EU 집행위 보고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코로나 허위정보 선전과 선별적 영향력 공작에 관여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세계적 여론이 악화되었다. 

 

2020년 5월에 발표된 미 백악관의 의회에 대한 대중국 전략보고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적대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백악관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그 리더로써 시진핑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에 대하여 경제적 도전을 하고 있으며 미국적 가치관에 도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국제기구와 글로벌 교역체제에 참여시켜 선량하고 신뢰할만한 파트너로 변모되기를 기대했던 과거 20년 동안의 전략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며 앞으로는 상징과 말잔치보다 실제적·건설적인 행동을 보고 대응하기로 그 접근 방법을 바꾸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강력한 동맹 네트워크 및 파트너와의 연계를 추진하고 중국과는 선별적이고 결과 중심적인 관계를 지향하겠다고 냉철하게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어느 한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응은 시진핑 집권 이후 나타난 중국의 변모된 모습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시진핑 이전 중국은 국력의 신장을 꾀하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방식을 택하였다. 등소평이 주창한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로 은인자중하면서 조용하게 패권을 노리는 전략을 상징한다. 후진타오는 등소평보다는 다소 적극적인 도약을 상징하는 ‘화평굴기(和平屈起)’를 내세웠으나 이 또한 ‘군사적 위협 없이 평화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로 절제된 중국의 노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그 이전과는 달리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중국의 위상을 강조하였다. 그가 집권하면서 내세운 중국몽(中國夢, Chinese Dream)과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그리고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그의 공격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국가주석 임기조항을 삭제하여 장기집권 체제에 돌입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홍콩에 대한 지배력을 확장한 것은 시진핑 집권기에 달라진 중국의 모습을 잘 대변하고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미국은 공격적인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왔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인도-태평양 전략(US Indo-Pacific Strategy)’이란 이름으로 준비하여 왔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가 중심이 되어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에 대한 봉쇄(Containment) 전략으로 이해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은 불법적이고 불공정하게 자국의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서 미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을 침해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인식 아래, 2018년 ‘2019 국방수권법(2019 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내에 ‘수출통제개혁법(ECRA, Export Control Reform Act)’ 889조(특정 통신 및 영상감시 서비스 또는 장비의 금지),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AM, 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 등을 제정하고 중국에 대한 무역 및 투자규제를 강화하였다. 이와 같은 규제 강화는 구체적으로 5G 네트워크 장비기업인 화웨이와 ZTE, AI 및 영상감시 관련 기업인 Hikvision과 Dahua Technology 그리고 경찰이 사용하는 전문가용 모바일 라디오의 세계 최대 공급기업인 Hytera 등 5개사를 법에 명시하고 두 단계에 걸쳐 수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한편, 국가안보를 근거로 중국의 미국 내 투자 및 영업을 규제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틱톡(TikTok) 및 위챗(WeChat) 사용금지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제재는 화웨이에 대한 것으로서 2020년 5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술을 활용한 제3국 반도체 회사들이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할 때에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제재안을 발표하였고 이 조치는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15일부터 시행되었다. 화웨이는 그 이전 대만 및 한국에서 상당량의 반도체를 확보하였지만 그 재고는 머지않아 소진되어 스마트폰 업체로서의 제품경쟁에는 곧 한계를 드러내고 말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주도면밀한 대중국전략은 미 정부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으로 판단되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하향식(top-down)으로 급작스럽게 정책을 준비하고 변덕스럽게 여러 핵심부서 장관, 비서실장 및 보좌관 등을 경질해 온 트럼프보다 바이든은 잘 준비된 정책을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는 더 충격적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어찌 보면 북한은 트럼프의 돌발적 의사결정에 큰 기대를 걸었다고 볼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북한은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여 꾸준히 북미 양자회담을 추진해 왔으나 미국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었는데 2018년 극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원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은 훨씬 적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미국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북한의 외화보유가 점점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임수호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외화보유액을 2019년 현재 50∼56억달러 수준으로 평가하였다. 북한이 최소한 한 해에 10억달러를 조금 넘는 외화를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22년 또는 길어야 2023년 정도에는 북한의 외화가 바닥날 것이다. 과거 고난의 행군 때와 유사한 절체절명의 상황이 북한에 닥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북한이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중국밖에 의지할 상대가 없게 된다. 

 

중국이 갖는 딜레마는 다시 북핵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초래한 한반도의 싸드 배치로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 대한 미군 및 한국군에 대한 공격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첫째는 북한에 압력을 가하여 북핵 문제를 완화하거나 타결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둘째는 오히려 북핵 문제를 정면으로 내세우고 이를 이용하여 미국을 압박함으로써 장기적인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국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나갈지 아니면 미국과 더 오랜 긴장관계를 유지할지가 앞으로 한반도에 중요한 변화의 방향이 될 것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지렛대로 삼느냐, 아니면 대미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급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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