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를 위한 기독교통일교육, 이제 시작이다
“공공성을 담보하는 기독교통일교육의 필요성”
함승수 교수(숭실대학교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초빙교수)
들어가는 말
코로나19로 인하여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는 기존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의 본질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거의 강제적으로 던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변화가 소위 언택트(Untact) 시대로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 마켓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언택트 영역이 이제는 경계를 두지 않고 확장되고 있다. 언택트 시대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온라인 초연결’이 어우러진 공상적인 현실이다. 대면을 통해 제공되던 다양한 서비스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었고, 교육과 정보의 영역을 비롯한 종교의 영역까지 온라인 플랫폼(Platform)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기존의 위계형 질서는 열린 네크워크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고, 형식과 권위가 편의와 효율로 대체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사회적 변화 뿐 아니라 전통적인 공동체의 존립방식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관계의 형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공성 논의
유발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라는 글에서 세계는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 역량 강화 사이’의 선택과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에서의 선택을 하게 될 것으로 예견했다(김선욱, 2020 p.17에서 재인용). 전자의 핵심이 국가 공공성의 강화라면 후자는 강력한 자국중심주의 강화가 핵심으로서 공통적으로 국가의 공적인 권력을 강화시킨다.
재난을 당했을 때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이기주의, 고립, 배척, 폐쇄, 차별, 폭력, 혐오 등의 다양한 반응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재난은 평화로운 공동체를 위협하는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사회의 취약성과 결합해 피해를 극대화시킨다(이재열, 2020, p.40). 눈여겨봐야 할 점은 코로나19가 가지고 온 재난의 수준이 전통적 자연재해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이라는 점이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소위 ‘위험의 세계화’를 피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단순한 방역과 질병 치료의 차원을 넘은 경제의 영역, 문화의 영역, 교육의 영역, 심지어 종교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국가 공공성의 확대’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김영삼 정부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로 리더십 위기를 경험했고,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초래하는 등 국가적 재난이 국가 리더십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 점을 미루어 볼 때, 코로나 19로 촉발되는 다양한 위기상황이 현 정부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의 방역을 위해서 개인의 정보들이 구체적으로 공개가 되고, 시민들은 방역을 위해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재택근무는 물론이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졌으며 종교기관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등이 시행되고 있다. 이를 국민에게 강제할 수 있었던 근거가 바로 ‘공공성’이다.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 공적인 노력과 가치가 최우선 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공공성의 영역에 종교가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종교의 숭고한 가치를 존중하는 측면에서, 사회 경제적 요구로부터 종교를 보호해 왔다. 세속적 규범과 법률에 의해서 종교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에 대단히 신중했기 때문에, 명동성당이나 조계종 같은 종교시설에는 공권력을 함부로 집행하지 않았으며,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종교인 과세’의 부분에 있어서도 신중하고 섬세하게 접근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공공성과 종교의 영역간의 충돌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신천지로 촉발된 종교에 대한 비난과 혐오는 철저하게 존중되어 온 ‘종교 자유’의 영역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다. 신성시 되어 온 종교의 영역에 국가가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신천지 교회,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주관적 세계에 함몰되어 공적인 문제를 등한시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기독교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생겼다는 응답이 70%에 이르렀고, KBS와 시사인에서 실시한 신뢰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 종교기관에 대한 신뢰지수는 조사 대상 중 최하위(-46%)로 나타났다.
한국교회가 재난 속에서 사회를 위로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감당하기 보다는, 오히려 집단의 문화를 관철시키는 사적 존재로서 인식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렇듯 일부 종교의 문화가 공적 가치와 대립되면서 공공성과 정면충돌하게 되었고, 이에 정부는 종교단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코로나19는 경계를 두지 않고 ‘국가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성을 담보하는 기독교 통일교육의 필요성
통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를 포함하는 민족의 운명 전체를 변화시키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공적인 개념이다. 그리고 이 공적인 책무를 감당하기 위해선 국가를 비롯한 건강한 사인(私人)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요청된다. 통일을 선도하고, 이뤄내야 할 교회의 공적인 책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코로나19는 한국교회의 공적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며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요청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기독교 신앙은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의 불가분한 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기독교 통일교육 역시 공공성을 담아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첫째, 기독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 신앙을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는 세상 속에 침투하여 하나님 나라의 천착을 위해 사명을 감당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공적 사명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마 13:31~33, 막 4:30~32, 눅13:18~21).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세상의 공공선(common goods)을 드러내는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며, 세상 속에서 공공성을 구현 할 겨자씨와 누룩이 되어야 한다.
둘째, 기독교 통일교육은 공공성을 담아내는 교육이어야 한다.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사화(私事化)된 신앙’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회를 ‘구원을 위한 기관’으로 인식하고, 신앙은 개인적 관심사로 위축하는 것이 신앙의 사사화이다. 기독교가 사회에 공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의 감소는 기독교 신앙의 대중성과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세속화 과정과 맞물려 급속하게 진행되었다(채수일, 2009). 이를 두고 하비콕스(Harvey Cox)는 ‘문화적 통합에 대한 상징을 결정하는 종교적 힘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한국교회가 공적인 영역에서 성스러움의 상징성을 잃어버리고 있으며, 이것이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비난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라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공의를 실현하는 기지(Station)로서, 재난의 공포와 혐오의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진리의 등대가 되어야 할 신앙의 공공성을 담아내야 한다. 이것이 곧 통일을 이루는 교회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공공성을 담보하는 기독교 통일교육은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사적 존재(Private Being)인 동시에 공적 존재(Public Being)’라는 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 개인적 차원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깊게 체험한 사람이 이웃과 소통하며, 이들을 향한 섬김과 사랑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전파할 수 있다. 이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두 축이 상호 의존하고, 일치될 수 있는 ‘경천애인(敬天愛人)’ 정신의 구현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Vertical)에서 새롭게 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임하도록 사람들의 수평적(Horizontal) 관계 속에서 그리고 공동체 안에 거룩한 공간(Holy Space)을 만들어 낼 수 있다(Kathryn Acshliman, 1993). 따라서 기독교 통일교육은 하나님과 평화를 이룬 사적 존재인 개인이 평화를 이루지 못한 깨어진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 평화를 누리며 상생하게 하는 것을 공적 존재로 부르심을 받았음을 분명히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는 하나님과의 수직적 측면에서 ‘회심의 교육’이며, 수평적 측면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야 할 ‘부르심에 관한 교육’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기독교 통일교육의 공적 영향력을 인식해야 한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2013)의 조사에 따르면, ‘만약, 종교적 가르침과 사회법이 서로 다르다면 어느 입장을 취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사회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 54.1%, ‘종교적 가르침’이라는 입장이 18.2%로 나타났다. 그러나 종교별 응답자들의 교차 분석결과, 불교는 “사회법의 입장”이 47.4%으로 나타난 반면, 기독교는 “종교적 가르침”이라는 입장이 47.9%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한 점과 특히 기독교인들은 종교적 가르침을 우선시 하거나 사회법과 종교적 가르침을 사이에 두고 판단을 유보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 할 수 있다. 여전히 기독교신앙은 삶의 규범과 기준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기독교의 가르침이 일상 삶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인식 속 에서 기독교 통일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가는 말
코로나19는 공공성의 개념을 사회 전면에 부각시키고, 기존의 공동체와는 다른 새로운 공동체의 존립양식을 부여하고 있다. 공포와 두려움에 뿌리를 둔 혐오와 배제가 세상 구석구석 상처를 주고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언택트 사회는 준비되지 못한 우리들 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통일교육은 고난의 역사를 헤치고 출애굽 시키신 하나님의 변혁의 스토리이자, 인류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도의 구원의 스토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 통일교육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의식하고, 하나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구현되는 현실 변혁의 구동력이 되도록 자극하고 격려하는 교육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본 글을 마친다.
※ 위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